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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순례자의 길): 퍼온 글
작성자 구자춘 등록일 2022-11-17 11:03:08 조회수 7

(주: ‘Camino de Santiago’는 예수의 제자 야보고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라는 의미이다.  순례자의 코스중 가장 유명한 길은  불란서의 생장 피에드 포르에서 출발해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대서양 서쪽 끝자락에 있는 Santiago de Compostella 까지 800KM. 이상을 걷게 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되었다. 내가 휴스턴에 살고있을때 자매 한분이 50대 나이에 이 순례자의 길을 다섯번씩이나 완보했다. 중간, 중간에서 인증싸인을 받고, 최종 목적지인 Santiago de Compostella에서 순례자의 길 완보 인증서를 받은 것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낀적이 있었다.)

 

까미노의 길을 걷는 동기는 각자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하다.  부모중 한 분이 소천하신 후, 부모와의 함께 했던 삶을 기리기 위해,  부부중 사별, 또는 이혼후 슬픔과 새로운 삶을 다지기 위해,  젊은이들은 사회 경험을 하기 위해, 믿는 사람들은 믿음생활에 대한 경건을 체험하기 위해...... 거의 한달 이상에 이르는 순례의 길을 걷는 것이다.

까미노의 위계질서는 누가 얼마나 먼 곳에서 걸어왔는지, 그래서 얼마나 더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는지로 정해지기에 순례자가 우아하고 청결하고 생기발랄할수록 가짜라고 확신하게 된다.  

21살 독일청년, 바스티안을 만났을 때 어디서부터 걸어왔냐고 물었더니 베를린에서부터

라고 했다. 집을 나서 하루에 30-40KM씩, 2,000KM를 넘게 걸어오고 있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그는 3000KM를 걷는 셈이다.

대학을 그만두고 걷기를 시작했는데, 걷는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고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그런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 온다.

하지만, 그 순간을 알아채고 과감히 방향을 트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운명이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는 사람은 극소수의 사람에 불과하다.

그는 이미 돈이 다 떨어졌으며 독일에서는 담장 밖으로 넘어간 과일은 공공의 것으로 간주해서 그 원칙대로 따먹으며 걸어왔으며, 배가 심하게 고플 때에는 동네 어른들에게 심부름 감이 없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먹을 거리를 줬다고 한다. 발이 걷다 보면 걷기에 자연적으로 적응하듯, 자신의 배도 걷다 보면 배 고품에 적응해 왔다고 한다.

자신이 거지처럼 느껴진다고 고백 했을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은 구걸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리 모두는 사랑을, 인정을, 돈을, 때로는 탐해서는 안 되는 것마저 갈구하며 살아간다고.

그는 물질적으로는 나보다 빈곤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더 풍요로워 보였다.

카미노를 걷는것 만으로도 은총을 받을 자격이있다고 믿었던 내 얄팍한 긍지는 그로 인해 깨어져 버렸다.

버튼을 눌러야 겨우 10초 동안만 물이 쏟아지는 샤워시설은 폐렴환자를 인위적으로 양산하기위해 정밀하게 제작된 실험 장치라며 비웃는다.

고통이 깊어 질수록 나중에 받을 은총이 커진다고 믿는 환각상태에 빠져든다.

영적인 길을 걷는다고 순례자가 늘 고상한 생각을 하는건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단순하고 말초적인 욕망이 머릿 속을 가득 채운다.

-점심을 무엇으로 해결 할가?

-오늘 밤 알에르게(값 싼 숙소)에서 마주칠 국경을 초월한 남여 공용의 침실에서 땀에 절인 냄새와, 코고는 사람과 어떻게 함께 어울려 잘수 있을까?

-주점은 어디에 있을까?

더 많은 땀을 흘리고 고행을 할수록 은총이 그만큼 커지기라도 하듯 내핍과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순례자들은 이른 아침 골짜기를 뒤덮으며 밀려왔다 사라지는 안개 속에 홀로 서있을때, 1,200미터의 고지를 넘다가 마주친 말 들의 순한 눈동자를 바라볼 때, 황혼 녘 대성당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듣다가 불연듯 대지와 만물에 깃든 신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순례자들은 자신이 산티아고를 찾아 왔다고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산티아고가 자신을 불러들였다고 인정하는 운명론자가 되곤 한다.

이제 아무것도, 그 누구도 아닌, 가난한 순례자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자기자신에 덮혀 씨웠던 모든것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위해서 우리는 그 먼길을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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