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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애틀의 우체부": 권종상
작성자 구자춘 등록일 2023-04-29 22:43:12 조회수 59

(주: 시애틀지구촌교회 여러 성도님들과 믿음 생활을 6년 같이 하면서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변화가 되면 각자 갖고 있던 가슴 아픈 흔적이나 어려운 상황이 삶을 짓 누르는 굴레가 되어 운명이라고 받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망의 표시로 결단하여 새로운 삶을 사시는 분들을 보면서 나 자신이 커다란 감동과 힘을 받곤 했습니다. 

그동안 <멘토와 함께>주제의 외연을 폭 넓게 넘나드는 글을 올렸던 것을 이해하시고 배려해 주신 담임 목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글이 내가 올리는 마지막 글이 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우체부 관리직으로 일하다 보니, 늘 거리를 걷는 것이 익숙해 져 있던 몸이 운동 부족을 느껴, 곳곳에서 피로 신호를 보내, 헬스 클럽을 자주 찾게 되었다.

 

“하이, 조셉!”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일찍 퇴근해 운동을 하고 있는데, 친구 스티브가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처음 그를 봤을 때, 무뚝뚝하고 말이 없었는데, 나와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은 운동에 익숙치 않던 나의 실수 때문이었다.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었던 내가 역기를 좁게 잡고 고생하는 것을 보고서 , 그가 다가 왔다. “역기를 조금만 더 넓게 잡아 봐. 그게 들기에 좋아!”  그의 친절한 개인 코치는 그 후에도 몇 번 더 이어졌다.

 

그날, 마침 샤워를 같이 끝낸 우리는 몸을 닦은 후에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경찰 제복을 꺼내어 입는 것을 보게 되었다. “ 어, 경찰이었어? 몰랐었군.” 그제서야 우리는 서로의 직업을 알게 되었다. 둘다, “푸른 커튼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공무원을 이렇게 표현하는데, 특히 경찰과 우체부를 지칭할 때가 많았다.  뜻하지 않은 공통점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이전보다 더 친밀감을 느꼈다.

 

스티브 콕스, 그는 원래 경찰이 아니라, 지방 검찰청 검사였다.  “왜? 검사를 관 둔거야?” 그가 몸 담았던 카운티 검찰, 그 곳은 경찰보다 안정되고, 보장된 직장이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가졌을 특별한 사연이 궁금해 졌다.  스티브는 자기가 나고, 자란 동네인 시애틀의 White Center 지역이 자꾸 범죄에 찌들어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범죄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자 법과 대학에 진학해 검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기소를 해도, 범죄자들이 금방 풀려나와 다시 범죄를 저지르곤 하는 악순환을 막을 길이 없었다.                                     

 

기껏 잡아 넣은 범죄자가가 다시 활기를 치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꼴을 보는 것에 정나미가 떨어진 그는 경찰이 되기를 마음 먹었다. 검찰에서 경찰로 , 스스로를 낮은 곳으로 내려간 그는 자신이 맡은 순찰 구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그곳에서 범죄가 더 이상 자라나지 못하도록 주민들과 미리 좋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들과 연계해서 청소년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일에 앞장을 섰다.

 

“뭐, 가끔은 힘들 때도 있지만, 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어!” 그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고, 어느새 12월이 다가왔다.  쌀쌀해진 어느날, 출근 길 라디오에서 안타까운 비보를 전하고 있었다. 경찰이 파티장의 총기 난사 사건을 수사하러 갔다가 용의자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뉴느였다.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처럼 <시애틀 타임즈>신문을 손에 쥔 나는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고,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는 듯 했다.  내 친구인 스티브의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려 있었던 것이다.  총에 맞아 숨진 경찰은 바로 스티브였다.

 

인생을 살다보면, 어떤 현실감을 느낄수 없는 순간이 있다.  분명, 내 친구 스티브의 얼굴을 보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는 것 같했다. 며칠 전 까지 사우나에서 같이 웃고, 이야기를 나누던 그가, 이런 기사의 주인공이 되다니…

 

그날, 그가 없는 헬스 클럽은 그동안 천정에 붙어 밝게 비쳐주던 형광등 하나가 꺼진 것 처럼 나에게 느껴졌다.  나는 스티브와 함께 아랫도리에 수건 한 장을 달랑 걸치고,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바로 그 사우나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실감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생전에 그가 하던 말이 생각 났다. “내가 사무실에 앉아 있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길가로 나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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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수(2023-05-28 04:19:28)

    사람들의 관심이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묵묵히..."멘토와 함께"를 통해 성도들의 영적인 성장을 돕고자 하셨던 구자춘 부형님의 섬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 문장..."“내가 사무실에 앉아 있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길가로 나가기로….”가 깊은 여운으로 남네요. 하나님께서 새로운 길에도 늘 함께 하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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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타비타(2023-05-03 19:38:17)

    구자춘 부형님의 "멘토와 함께"에 남기신 글들은..
    어느 선물보다 귀한 마음과 나누는 대화의 방*이었습니다.
    모든것은 때*가 있고, 자리*가 있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할지..정확히 아시는 분은 오직 주님뿐입니다.!!!
    대나무의 매듭처럼, 끝은 항상 새매듭의 시작입니다.
    강물이 흘러가다~ 드넓은 바다가 되는, 그림을 봅니다.!!!
    "You're never late.."
    senior들에게 가장 멋진 구호^이죠.^^

    올려주신 글들 중에서, 특히
    나를 깊이 성찰하게한 글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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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진희(2023-04-30 17:52:53)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애틀 지구촌 교회 성도님들의 영성과 교양 생활에 자양분을 공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멘토와 함께>에 연재해주신 폭 넓은 글들이 계속 보석같이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다시 한번 귀한 사역 담당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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